사랑하기
1.
흐르는 시간 속에 수많은 만남.
그 속의 한 사람인 너.
어느새 다가선 의미로 꽃이 된다.
2.
회색 빛으로 채색된 하늘.
차가운 안개로 가리워진 산.
물안개 피어오르듯 피어나는 그리움.
멀리 있는 너의 향기 짙어져 간다.
3.
은행잎 노랗게 물들어 대지에 눕고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며 감이 빨갛게 익어갈 때
산 위에는 노을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지고 있다.
너는 그 노을을 닮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 노을을......
4.
가끔은 무척이나 원망스럽다.
긴 기다림으로 맞이하게 하고
키 작은 해바라기 흔들리는 언덕을 넘어간 너.
세월 속에 기다림은 절망이 된다.
5.
Kenny G의 Going Home을 들을 때면
생각에 잠기는 나를 바라보던 너의 눈동자.
집으로 가는 기차에서 바라본
노을지는 산과 강이 마음을 적신다.
6.
혼돈!
네가 없음으로 생기는 공간.
비워버린 공간에 유혹이 소용돌이치고
흔들리는 마음속으로 너의 영상 떠오른다.
7.
어린 왕자의 장미와 여우를 알고 있을까?
야생의 모습에서 길들여진 의미를.
음악을 들을 때도 시를 적을 때도
그 속에 있는 너를 만난다.
8.
바람이 스쳐 지나는 대지에 먼지가 일고
그 속을 맴도는 낙엽들.
떠나올 때의 그 날처럼 내 가슴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언제나 뛰고
바보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9.
빛 바랜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리석음이고
너보다 좋은 이가 있어도 여전히 혼자인 것은
어느덧 닮아버린 사진 속의 사람 때문 일 꺼다.
10.
사랑과 현실을 혼돈하지 않는다.
어떠한 것을 없애버림으로 잊는다는 것은
거짓이다.
11.
오래 전에 내가 그랬듯이
또 네가 그랬듯이
서로의 길에서 스쳐 지나는 것마저
아픔이 될 수는 없겠지.
12.
아주 먼 훗날 내게도 사랑하는 이가 생겨
한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를 때
너를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지.
"아빠에게 처음으로 사람을 그리워하게 하고
사랑하게 한 사람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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