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네가 나의 숨결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너를 안지 못하고 기나긴 이별의 시간으로 다시 간다면. 문득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안개가 낀다.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싶은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 못한 채 바람으로, 흙으로, 물로 돌아가고 영혼은 또다시 너를 잊는다면. 무척이나 너를 보고싶다. 부정하고 싶은 어둠이 시작되기 전에. 긴 시간을 영상 속에 각인된 모습을 찾아 헤매고 있다. 스쳐 지나는 모습에 너를 본 것 같아 뒤돌아보지만 여전히 허상만이 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언제쯤 이 지리한 기다림을 마칠 수 있을까. 지쳐버린 마음이 다른 이에게 가버리면 먼 기억 속에 각인된 너를 지워야한다. 어느 날 네가 내 앞에 서도 너를 알지 못하는 내 영혼은 스쳐 지날지 모른다. 아직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