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 33
가까이 없다는 것이 때로는 위안이 된다.
모든 익숙한 것에서 떨어져 있을 때 자신의 숲을 바라볼 수 있다.
지구가 돌아가면서 밤과 어둠이 교차되고
달빛에 억새풀이 차갑게 빛나는 겨울의 강가에
시간의 옷을 바꿔입은 사람의 실루엣.
한 발자국도 더 내디디지 못하는 경계에 서있다.
인연의 果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얽매이지는 말라한다.
사랑을 하되 사랑에 걸리지 말고
탐 진 치의 바다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라 한다.
강을 건너면 배는 버리고 가듯이
내가 건너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은 건너고 나면 훌훌 버리고 가야한다.
몸이 떠났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생이 하는 모든 행위는 꿈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또한 번갯불 같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하느니라.>
금강경의 마지막 구절이다.
젊음의 시간이 지나고 깨닫지 못한 무명으로 돌아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데 신기루를 바라보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내일로 미룰 수는 없다.
空卽是色
色卽是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