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그리기
1.
시야에 있는 바다보다 마음속의 바다가 더 푸르다.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기.
대구의 여름밤은 쉬 잠들지 못하게 한다.
2.
흩어져 버린 마음들이 물감처럼 하늘에 뿌려진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가고
땅거미 지고 어두워지면 차갑게 빛나는 별들.
3.
여기에 있음이다.
항상 떠나오면 그리운 것을
주변만 돌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4.
푸른 모니터 속의 허깨비 같은 만남들.
찾으려 하면 더욱 더 아득해지는 것은
깨어나기 힘든 죽음과 같은 잠 같다.
5.
모든 것에 벗어나면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비어버린 허전함을 채 감당도 하기도 전에 다가오는
혼자된 외로움.
6.
웃는 모습은 주름이 많이 진다.
미소는 그늘조차도 밝아 보이는데
무표정한 얼굴의 실루엣은 어둠이다.
7.
바라보기만 하는 바다는 친근하다.
함께 할수록 자연임을 느끼게 하는
무심(無心).
8.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라 한다.
깨끗한 것이든, 소중한 것이든
버려지면 가치를 상실한다.
9.
너무 많은 것에 휘둘리고 있다.
밥먹을때도 잠을 잘 때에도 쉬이 떨치지 못한
잡념들은 때론 참자아를 삼켜버린다.
10.
억눌리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연민(憐憫).
어둡고 부패해 가는 모습에서 허위(虛僞)를 본다.
마음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증폭된다.
11.
바람 한 점 없는 시간.
흔들림 없는 풍경(風磬).
흐르는 땀처럼 멈추지 않는 상념(想念).
12.
의식 너머의 세상은 무기력하다.
잠에 취한 듯 깨어나지 못한 허덕이는 손짓.
자신이 지배하지 못한 육체는 무겁기만 하다.
13.
떠나간 사람들의 회귀.
조금은 지친 듯이, 조금은 익숙한 듯한 표정 속에
그 동안의 여정이 고서라니 녹아 있다.
14.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길을 만난다.
단지 그 길을 걸어 갈 뿐이데
가끔 한없이 헤메인다.
15.
소모되는 것들은 가치를 잃어간다.
버려진다는 것은 되돌아가는 것이 된다.
그것이 해로운 것이든, 이로운 것이든...
16.
밝은 것을 무의식으로 피하고 그늘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어둠의 속성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
천국의 밝은 빛을 피해 지옥의 어둡고 습한 길로 가는 수많은 영혼들.
17.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여전히 미혹의 시간에 살고 있다.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피해버린 어정쩡한 자아의 타락.
18.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쉽지만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각기 다른 이상과 생각으로 점점 소수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19.
가끔씩 모든 것이 싫다.
이렇게 이루어지고 그렇게 되어간다는 것이.
부와 권력에서 먼 사람들의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20.
폐허가 되어 찾는 이 없는 몰락한 것들처럼
황폐해진 마음을 다스려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무기력해진 자아는 쇠락(衰落)해져간다.
21.
이 곳을 떠나야 한다.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인간의 가치가 버려지고 있다.
간교하고 강한자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22.
어둔밤 창을 두드리던 비가
가늘고 여리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성하며 쇠하고, 차면 기울어진다.
23.
집착.
빛과 어둠의 야누스.
승화와 타락의 길라잡이.
24.
말(言)로 인한 상처는
육체의 상해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
정화되고 밝은 대화가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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