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바람이 싸늘히 억새풀을 휘젓는 날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 중에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지.
망설이며 지내온 당신과의 만남이었기에 다만 소중하기만 했습니다.
내 자신의 감정보다는 당신의 행복이 더 생각되었기에
그 동안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제가 한 말로 인해 다시는 당신을 만날 수 없게 되어도 더 이상 제 마음속에 가두어 둘 수 없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힘들게 마친 하루에 피로한 얼굴로 미소 없이 제게 다가온 당신으로 인해
제 생활은 엷은 청색이 칠해졌습니다.
당신이 마음속에 들어온 것을 느낀 것은 세월이 훨씬 지난 후...
당신이 사랑한다는 사람이 생긴 후 멀어지는 당신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당신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지켜주는 이.
이제는 사랑하는 그 사람이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지켜주려 합니다.
언제까지 당신 곁에서 바라보며 지켜주고 싶지만 그것은 제 욕심인 것을 알기에
제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렵니다.
당신의 사랑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