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바람에 식어가고
초록빛 손을 흔드는 플라타너스의 미소.
반기는 이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의 진동을
온전히 수놓아 그리운 것들을 그립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지쳐가고
사람에 대한 불신이 쌓여갑니다.
가끔은 당신을 생각해봅니다.
새가 떠난 가지의 긴 여운처럼
당신이 떠난 생의 긴 떨림이 이처럼 휘젓나 봅니다.
일상생활에 불쑥 낯선 이처럼 다가와서
하얀 웃음을 선홍빛으로 물들이고 간 당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당신이 없는 시간에도 어김없이 계절은 순환하고
제 삶도 그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보았던 그 강.
지금도 푸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마음속 심연의 강에서 당신은 투정을 하는군요.
많이 외롭다고...
당신을 잊어간다고...
오늘은 꿈속에서 당신을 만날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이 나는 걸 보면...
生死의 길은 그렇게 다른가봅니다.
이제는 그 기억에서 자유로워지길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영혼의 여행을 계속하여
어느 길에서 다시 동행하길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당신.
오늘도 붙이지 못하는 편지를 쓰고 불에 태웁니다.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떨어지면
새로운 나무가 자라듯이
우리 인연의 나무도 푸르게 자라고 있을 겁니다.
